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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생에 감사해, 커튼콜할 때까지

by 🎶(ノ◕ヮ◕)ノ*:・゚✧💋 2023. 2. 10.

한국 에세이/ 연예인 에세이/ 김혜자

생에 감사해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 김혜자. 그녀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배역으로 살며 삶의 모순과 고통, 환희와 기쁨을 전했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만 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수십, 수백 번 몸부림치며 연기했다.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며 몰입했다. 언제나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배우이지만 그녀의 삶 이면에는 그토록 치열한 시간과 감사의 기도가 함께했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여기는 배우, 작품을 선택할 때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배우, 자신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만을 선택하는 배우, 김혜자. 이 책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며, 몰입과 열정, 감사와 기쁨, 그리고 ‘국민 배우’, ‘국민 엄마’라는 명성 이면의 불가해한 허무와 슬픔에 대한 생의 무대 위 고백이다. 그녀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글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김혜자는 역시 김혜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책 속으로

자신의 얼굴로, 자신의 몸으로 하는 것인데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작가가 써 준 것을 내가 연구함에 따라서 내 눈빛이 더 깊어질 것이고, 내 손이 하나라도 더 움직일 것입니다. 이것은 나 자신이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어제 할 때는 몰랐는데, 오늘 알아지면 어떤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보다 기쁩니다. 그 기쁨을 내가 멀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쁨을 자꾸만 맛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 기쁨은 누가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대사를 백 번도 더 읽습니다. 아까 했던 것과 지금 하는 것이 다르니까. 아흔아홉 번째 했을 때는 몰랐던 것을 백 번째 했을 때 느껴지는 것이 있으니까. 읽을수록 느껴지니까 대본을 계속 읽고 싶어 집니다. 잘 쓴 대본은 읽을수록 깊어집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때처럼, 건성으로 읽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혜자에게] 중에서-

 

한 번은 어느 연출자 선생님이 나에게 “어떻게 먹고 싶은 떡만 먹느냐?”라며 제의가 오는 작품은 거절하지 말고 하라고 권유하셨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먹고 싶은 떡만 먹을 거예요.” 내가 하도 작품을 고르니까 누군가가 “어차피 텔레비전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너무나 서운해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온몸을 던져도 힘이 드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난 그렇게는 못해요.” CF도 내 마음에 드는 것만 했습니다. ‘지금은 굶더라도 나중에 내가 먹고 싶은 떡을 먹겠다.’라는 것이 나의 고집이고 생각이었습니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먹고 참았다가, 먹고 싶은 떡이 나왔을 때 먹는 것. 그렇게 배역을 선택해 왔습니다. -[신은 계획이 있다] 중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다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도, 볼품없는 사람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 이게 나이를 먹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약간 슬프기도 하고 약간 기쁘기도 합니다. 밤에 잠을 푹 안 자서 그런지 불안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밀려드는 감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대본을 쓰고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그 불안감을 밀어냅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책상 위에 있는 달력에도 써 놓았습니다.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리라.’라고. 피곤하고 귀찮아서 흐트러져 있고 쓰러져 있다가도 ‘아니야, 누가 보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도 단정하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여 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하면서 힘을 내어 일어납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싶습니다. -[커튼콜할 때까지] 중에서-

 

책 리뷰

배우 김혜자의 내밀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도 빼지 않고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었고, 역할에 신중했던 그녀는 '내가 이 역을 맡으면 세상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들을 보면서 한 명의 배우가 살아가는 데는 참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찡하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산다는 것은 존엄한 것이다. 꾸밈이 없어 솔직한 부분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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